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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전통을 통해 살펴보는 우리내 '에로스'즐거운 생활/되새김질_도서 리뷰 2001. 1. 1. 09:00[도서] 한국인의 에로스
오는 주에 아는 형님의 결혼식이 있다. 보통의 예식장에서 치뤄질 이번 결혼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결혼식이 될 것 같다. 내가 가본 결혼식은 얼마 없지만 이들 대부분은 '결혼식을 위한 결혼식'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는 말이다.
결혼식을 위한 결혼식, 결혼의 의미보다 '형식'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그런 것을 말한다. 결혼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30분 남짓의 시간 가운데 신랑과 신부를 진정으로 축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그저 축의금을 전달하고, 잠시 앉아서 자기측 신랑 또는 신부를 바라보며, 언제쯤 끝날까 식사는 잘 나올까 고민만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것은 특정 신랑신부의 결혼식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는 우리내 결혼풍습이 변했기 때문이고, 편리함을 위해 지나치게 간소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평소라면 결혼식에 대한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의 김열규씨의 신간 '한국인의 에로스'를 읽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남녀간 사랑 및 결혼에 대한 나의 인식이 깊어진 것이다.
전통적인 남녀대비의식에서 '조화'가 필요함을 우리는 인식해야한다. 1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핵심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가령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고 하며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낮은가를 따지고 있어서야 곤란하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에야 여성상위시대라고 한다. 누가 하늘이고 땅이든 간에 땅 없이 하늘이 무슨 소용이고 또한 하늘 없이 땅이 무슨 소용일까? 서로 극명하게 다른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잘 조화시켜서 서로를 보완하게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조화를 꽤하는 것이 바로 결혼(혼례)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혼례(전통적인 우리나라의 결혼식)란 이벤트이면서 퍼포먼스를 겸한 사건이고 행사이다. 혼사는 잔치이며, 그야말로 대규모 축제이다. 그런데 지금의 결혼은 어떠한가? 지금의 결혼(식)은 지나치게 상업화되어있다. 또한 지금 예식장에서 치러지는 예식 절차는 정체불몇이고 국적불명이다.
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쓰는 등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서구식일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시라). 신랑 신부의 옷과 예식장의 풍경만 그러한 것일 뿐이다. 지금의 결혼식은 그저 '상업예식장' 스타일일 뿐인 것이다. 인륜대사인 결혼이 상업화의 바람 앞에 그 형색이 초라해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상업예식장에서 혼례는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간소화되었다. 절차 전부를 통틀어 식은 삼십 분 미만으로 끝이 난다. 신랑 신부의 맞절 주고받기, 주례의 혼인선언문 낭독과 주례사 읽기가 주된 절차다. 이는 순식간에 끝을 보고 그다음인 기념사진 찍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건 여간한 본말의 전도가 아니다. (중략) 이러고도 인륜대사일까? 단지 반 시간도 걸리지 않는 일이 대사, 곧 큰일일 수는 없다. 벼락에 콩 구워먹기라면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중략) 워낙 까다로운게 의식이다. 무겁고 힘든 게 의례다. 상당한 인내와 자제를 요구하지 않고는 전례일 수가 없다. 간소화가 지나치면 결과적으로 의례는 실례가 된다"
저자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엔 없었다. 내가 본 결혼식의 풍경은 다 이와 같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결혼식을 좀더 의미있고 알차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는 책 2장의 내용일 뿐이다. 나머지 내용으로는 '바보 온달' 이야기를 통한 신분을 넘은 사랑이야기 등과 고전작품을 통해 보는 사랑에 대한 해석(?) 부분이 남아있다. 이 내용들에서도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직접 읽어보고 찾아보시라.
글이 꽤나 길어졌으므로 이제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이 글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저자가 '이야기'를 인용할 때 뿐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이 책은 끈적지근한 야한 19금 책도 아니다. 제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몰라도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얼굴 붉어지는 대목에 대해 걱정 또는 기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3가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에겐 굉장히 유익했다. 또한 혼례의 절차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해 놓은 부분이 있는데, 전통혼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유익했다.
큰 재미보다는 유익함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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