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더 쉽게 쓰였으면 더 좋았을 책, 인지자본주의.즐거운 생활/되새김질_도서 리뷰 2001. 1. 1. 09:00[도서] 인지자본주의
자본주의의 흐름을 살펴보면 상업혁명에 따른 상업자본주의,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자본주의, 그리고 지식 정보화 혁명에 따른 지금의 자본주의가 있다. 말도 탈도 많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형태는 과거로부터 진화된 형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여전히 불완전하다. 몇 년전 벌어졌던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가 현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 자본주의의 형태를 '인지 자본주의'로 규정짓고 그에 대한 대한을 제시하고자 하는 저자는 맑스 사상과 함께 '인지'개념을 접목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자본주의는 과거 자본주의가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착취한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노동이 아닌 봉사로 여겨졌던) 지식 및 서비스 제공과 같은 인지 노동에 대한 착취를 일삼고 있다. 이러한 착취는 인지노동을 하는 개인-대표적으로는 늘 고객 앞에서 억지 웃음을 짓기를 자본으로부터 강요당하는 종업원들이 있다. 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뿐만 아니라 억지 감정을 드러내길 강요받음으로서 진짜 감정을 잃어버리게 된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약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그러한 자본주의에 대해 인지적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축적을 위한 인지의 전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 혁명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주의적 인지양식을 해체하고 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인지 양식을 창출해야 한다. 다중지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자본주의가 추구해온 성장론의 한계도 인식해야 한다.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그 도구사용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따라 그것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자본주의가 이런 모습을 지니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자본주의는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자본을 통한 노동력의 착취가 행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러한 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해 그것은 자본주의의 본연적 속성으로서 불가피한 요소라고 생각을 고정시켜버리면서, 자본주의가 더나은 모습으로 개선되고 성장하게 하기보다 고질적 병은 가린채 겉만 화려하거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우리의 자본에 대한 인지-지식, 감정, 의지-를 바꿔야만 한다. 기존에 주어진 자본주의에 대한 수동적 수긍이 아니라 능동적 생각의 변형을 통한 자본주의의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자본주의를 다시금 인간을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통제가 필요하다.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한 권의 책을 읽고서 이렇게 답답해본 적은 오랫만인 것 같다는 개인적 심정을 토로하려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책은 나에겐 너무나 벅찬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용어에 대한 낯설음과 저자는 명확히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선행적 지식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맑스의 사상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에 따라 나는 저자의 간략한 설명에 기댈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명확한 이해는 힘들었던 것이다.
또한 인지라는 용어의 모호성, 특히 인지와 자본주의라는 개념의 결합인 '인지 자본주의'라는 용어의 모호성은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를 너무나도 힘겹게 만들었던 또다른 요인이었다. 저자는 2장을 통해 인지라는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해놓았지만, 그 인지라는 개념이 자본주의와 결합되어 사용 될 때 그러한 자본주의가 어떤 것이라고 하는 명확한 설명은 해놓지 않았다. 그저 인지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편히 사용하면서 책 전반에 걸친 인지 자본주의에 관한 내용기술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인지자본 주의라는 것에 대해 추측하게 할 뿐이었다. 책 맨 마지막 부분에 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문답이 있긴 했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인지 자본주의에 대해 이해하기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밖에도 여러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그러한 용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이는 이 책은 어려울 수 밖엔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용어들을 편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대단한 지적 내공을 갖고 있다. 저자는 알고 있는 용어를 독자가 모를 경우, 저자가 그 용어에 대해 길게 설명해 주지 않는 한 독자는 그 용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고 책전체 전반에 관한 내용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교양적 흥미만으로는 읽을 만한 책이 못되고 책의 용어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도가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책뒤편에도 친절하게 용어의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YES24] 조급더 쉽게 쓰였으면 더 좋았을 책, 인지자본주의.'즐거운 생활 > 되새김질_도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학 대표테마 15선 (0) 2010.12.20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푸른숲 (0) 2010.12.16 전쟁은 인간의 본연적 속성이 때문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의지로 인해 발생한다. (0) 2001.01.01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0) 2001.01.01 당신이 누리는 부는 과연 당신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가? (0) 2001.01.01 댓글